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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문진보

106 범증론(范增論)-소식(蘇軾) |

범증론(范增論)-소식(蘇軾)

 


漢用陳平計(한용진평계) : 한나라에서 진평의 계책을 써서

間疏楚君臣(간소초군신) : 초나라 임금과 신하 사이를 벌어지게 하니

項羽疑范增與漢有私(항우의범증여한유사) : 항우는 범증이 한나라와 개인적으로 통하고 있다고 의심하고는

銷奪其權(소탈기권) : 그의 권리를 조금씩 빼었다.

增大怒曰(증대로왈) : 범증은 크게 노하여 이르기를

天下事大定矣(천하사대정의) : “천하의 일은 대체로 결정되었다.

君王自爲之(군왕자위지) : 임금께서 자기 멋대로 해보시라

願賜骸骨歸卒伍(원사해골귀졸오) : 나는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물러나 졸개의 신분으로 돌아가고 싶소”하고 말하였다.

未至彭城(미지팽성) : 그리하여 돌아가는 길에 팽성도 채 못가서

疽發背死(저발배사) : 등창이 나서 죽어버렸다

 


蘇子曰(소자왈) :  소자는 이렇게 생각한다

增之去善矣(증지거선의) : 범증이 항우로부터 떠나갔던 일은 잘한 것이다

不去羽必殺增(불거우필살증) : 따라가지 않았다면 항우는 반드시 범증을 죽였을 것이다.

獨恨其不蚤耳(독한기불조이) : 오직 떠나기를 빨리하지 않은 것이 한이 될 따름이다.

然則當以何事去(연칙당이하사거) :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있었을 때 범증은 떠나야만 했을까

增勸羽殺沛公(증권우살패공) : 범증이 항우에게 유방을 죽이라고 권했을 적에

羽不聽(우불청) : 항우가 말을 듣디 않아

終以此失天下(종이차실천하) : 끝내는 이 때문에 천하를 잃게 되었으니

當於是去邪(당어시거사) : 마땅히 그 때 떠났어야만 했을까

曰否(왈부) : 아니다

增之欲殺沛公(증지욕살패공) : 범증이 유방을 죽이고자 했던 것은

人臣之分也(인신지분야) : 신하된 사람으로서의 본분이었고

羽之不殺(우지불살) : 항우가 그를 죽이지 않은 것은

猶有君人之度也(유유군인지도야) : 임금으로서의 도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.

增曷爲以此去哉(증갈위이차거재) : 범증이 어찌 이 때문에 떠나야만 했겠는가

易曰(역왈) : <역경>에 이르기를

知幾其神乎(지기기신호) : “빌미를 안다는 것은 신의 작용이다.”하였고

詩曰(시왈) : <시경>에 이르기를

相彼雨雪(상피우설) : “저 눈이 내리는 걸 보라

先集維霰(선집유산) : 먼저 습기가 모여 싸락눈으로 내린다.”하였다

增之去(증지거) : 범증이 떠날 시기는

當於羽殺卿子冠軍時也(당어우살경자관군시야) : 항우가 의제의 장군 송의를 죽였을 적이었다

 


陳涉之得民也(진섭지득민야) : 진섭이 백성들의 지지를 얻었던 것은

以項燕扶蘇(이항연부소) : . 항연과 부소의 덕분이었다

項氏之興也(항씨지흥야) : 항씨가 흥기한 것은

立楚懷王孫心(이립초회왕손심) : 초 희왕의 손자 심을 옹립한 덕분이었다

而諸侯叛之也(이제후반지야) : 그리고 제후들이 항우를 배반한 것은

以弑義帝(이시의제) : 의제를 죽였기 때문이었다.

且義帝之立(차의제지립) : 또한 의제가 왕위에 오른 것은

增爲謀主矣(증위모주의) : 범증이 주모자였다.

義帝之存亡(의제지존망) : 의제가 살고 죽는 것이

豈獨爲楚之盛衰(기독위초지성쇠) : 어찌 초나라의 성쇠만을 뜻하겠는가

亦增之所與同禍福也(역증지소여동화복야) : 또한 범증도 그와 더불어 화복을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.

未有義帝亡而增獨能久存者也(미유의제망이증독능구존자야) : 의제가 죽었는데도 범증만이 오래 잘 살 수는 없는 처지였다.

羽之殺卿子冠軍也(우지살경자관군야) : 항우가 의제의 장군 송의를 죽인다는 것은

是弑義帝之兆也(시시의제지조야) : 바로 의제를 죽이려는 전조였던 것이다

其弑義帝(기시의제) : 그리고 의제를 죽인다는 것은

則疑增之本也(칙의증지본야) : 범증을 의심하는 뿌리였던 것이다.

豈必待陳平哉(기필대진평재) : 어찌 반드시 진평의 계책을 기다려야 하겠는가

物必先腐也而後(물필선부야이후) : 물건이란 반드시 먼저 썩은 뒤에야

蟲生之(충생지) : 벌레가 거기에 생기게 되는 것이고,

人必先疑也而後(인필선의야이후) : 사람이란 반드시 먼저 의심을 하게 된 뒤에야

讒入之(참입지) : 모함이 먹혀들어갈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.

陳平雖智(진평수지) : 진평이 비록 지혜가 많다 하더라도

安能間無疑之主哉(안능간무의지주재) : 어찌 의심도 없는 임금을 이간질 할 수가 있었겠는가

吾嘗論義帝(오상논의제) : 언내가 일찍이 의제를 논하여

天下之賢主也(천하지현주야) : 의제는 천하의 현명한 임금이었다고

獨遣沛公入關(독견패공입관) : 그는 오직 유방만을 보내어 함곡관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

而不遣項羽(이불견항우) : 항우는 들여보내지 않았으며

識卿子冠軍於稠人之中(식경자관군어조인지중) : 경자관군 송의를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알아보고

而擢以爲上將(이탁이위상장) : 그를 상장으로 발탁했던 사람이다

不賢而能如是乎(불현이능여시호) : 현명하지 않다면 그렇게 할 수가 있었겠는가

羽旣矯殺卿子冠軍(우기교살경자관군) : 항우가 송의를 속여서 죽여버리고 난 뒤에는

義帝必不能堪(의제필불능감) : 의제로서는 반드시 참고만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니

非羽弑帝(비우시제) : 항우가 의제를 죽이지 않았다면

則帝殺羽(칙제살우) : 의제가 항우를 죽였을 것임은

 


不待智者而後知也(부대지자이후지야) :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.

增始勸項梁立義帝(증시권항양립의제) : 범증이 처음에 항량에게 권하여 의제를 임금자리에 앉히자

諸侯以此服從(제후이차복종) : 제후들은 그 때문에 복조케 되었던 것이다.

中道而弑之(중도이시지) : 중도에 의제를 죽여버린 것은 

非增之意也(비증지의야) : 범증의 뜻이 아니었던 것이다.

夫豈獨非其意(부기독비기의) : 어찌 그의 뜻이 아닌 것일 따름이겠는가

將必力爭而不聽也(장필역쟁이불청야) : 반드시 힘써 다투며 막았는데도 말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.

不用其言(불용기언) : 그의 말은 듣지 않고

而殺其所立(이살기소립) : 그가 옹립하였던 임금을 죽였으니

羽之疑增(우지의증) : 항우의 범증에 대한 의심은

必自此始矣(필자차시의) : 반드시 이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

 


方羽殺卿子冠軍(방우살경자관군) : 항우가 송의를 죽였을 적에는

增與羽比肩而事義帝(증여우비견이사의제) : 범증은 항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의제를 섬기어

君臣之分(군신지분) : 군신의 신분이

未定也(미정야) : 확정되지 않았었다.

爲增計者(위증계자) : 범증을 위한 계책으로는,

力能誅羽則誅之(역능주우칙주지) : 항우를 죽일 능력이 있다면 곧 항우를 죽이고,

不能則去之(불능칙거지) : 죽일 능력이 없다면 곧 그로부터 떠나가는 것이라 하겠다

豈不毅然大丈夫也哉(기불의연대장부야재) : 어찌 그것이 꿋꿋한 대장부가 아니었겠는가

增年已七十(증년이칠십) : 범증은 그 때 나이 이미 칠십이었다.

合則留(합칙유) : 뜻이 맞으면 남아있고

不合則去(불합칙거) : 맞지 않는다면 떠나야만 했다

不以此時明去就之分(불이차시명거취지분) : 그 때에 거취의 한계를 분명히 하지 않고

而欲依羽以成功名(이욕의우이성공명) : 항우게 의지하여 공명을 이룩하려하였으니

陋矣(루의) : 비루한 일이었다.

雖然增高帝之所畏也(수연증고제지소외야) : 비록 그러하나 범증은 고조 유방이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.

增不去(증불거) : 범증이 떠나지 않았다면

項羽不亡(항우불망) : 항우는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.

嗚呼(오호) : 아

增亦人傑也哉(증역인걸야재) : 범증도 역시 인걸이었던 것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