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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문진보

098 능허대기(凌虛臺記)-소식(蘇軾)

능허대기(凌虛臺記)-소식(蘇軾)
 
臺於南山之下(대어남산지하) : 대가 남산 아래에 있다면
宜若起居飮食(의약기거음식) : 의당 그 곳에서의 생활은
與山接也(여산접야) : 산과 접하여있게 될 것이다
四方之山(사방지산) : 사방의 산들은
莫高於終南(막고어종남) : 남산보다 더 높은 것이 없고
而都邑之最麗者(이도읍지최려자) : 도읍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는
莫近於扶風(막근어부풍) : 부풍을 따라올 곳이 없다.
以至近(이지근) :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
求最高(구최고) : 가장 높은 것을 찾는다면
其勢必得(기세필득) : 그 형세로 보아 반드시 남산을 발견하게 될 것이나
以太守之居(이태수지거) : 태수는 이곳에 살면서도
未嘗知有山焉(미상지유산언) : 일찍이 산이 있다는 것 조차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.
雖非事之所以損益(수비사지소이손익) : 비록 어떤 일에 손해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나
而物理有不當然者(이물리유불당연자) : 사물의 이치에 있어서는 당연하지 않은 일이 있었으니
此凌虛之所爲築也(차릉허지소위축야) : 이것이 능허대를 쌓는 까닭이다
 
方其未築也(방기미축야) : 능허대를 쌓기 전에
太守陳公(태수진공) : 태수인 진공이
杖屨逍遙於其下(장구소요어기하) : 지팡이 짚고 짚신 신고 그 아래를 거닐다가
見其山之出於林木之上者(견기산지출어림목지상자) : 나무 숲 위로 산이 솟아난 것이
壘壘然如人之旅行於墻外(루루연여인지려행어장외) : 올망졸망하여 마치 담 밖으로 길을 가는 사람들 같아서
而見其髻也(이견기계야) : 상투를 보는 것 같다
曰是必有異(왈시필유이) : 이것은 반드시 특이한 점이 있을 것이라 하고
使工鑿其前(사공착기전) : 공인들을 시켜 그 앞을 파서
爲方池(위방지) : 네모 난 연못을 만들게 하여
以其土築臺(이기토축대) : 그 흙으로 대를 쌓았는데
出於屋之簷而止(출어옥지첨이지) : 지붕 추녀 위로 솟아난 높이에서 멈추었다
然後人之至於其上者(연후인지지어기상자) : 그러한 뒤에는 사람들이 그 위에 올라와 보고는
怳然不知臺之高(황연불지대지고) : 황홀한 듯 대가 높은 것은 모르고
而以爲山之踴躍奮迅而出也(이이위산지용약분신이출야) : 산이 뛰어 솟아나온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
公曰(공왈) : 진공께서 말했다
是宜名凌虛(시의명릉허) : “이곳은 의당히 능허라 이름지어야겠다.” 하고는
以告其從事蘇軾(이고기종사소식) : 그의 밑에서 일하는 소식에게 고하여
而俾爲之記(이비위지기) : 그에 관한 글을 짓도록 하였다
 
軾復於公曰(식복어공왈) : 나 소식은 전공에게 이렇게 아뢰었다
物之廢興成毁(물지폐흥성훼) : “만물이 멸망하고 생겨나는 것과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은
不可得而知也(불가득이지야) :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.
昔者荒草野田(석자황초야전) : 옛날에는 거친 풀 우거진 들과 밭으로
霜露之所蒙翳(상로지소몽예) : 서리와 이슬이 자욱히 덮이고
狐虺之所竄伏(호훼지소찬복) : 여우와 독사가 숨어 엎드려있던 곳이었으니
方是時(방시시) : 그러한 때에야
豈知有凌虛臺耶(기지유능허대야) : 어찌 이 능허대가 있게 될 줄 알았겠습니까
廢興成毁(폐흥성훼) :  멸망하고 생겨나고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은
相尋於無窮(상심어무궁) : 끝없이 서로 이어져 찾아오는 것이니,
則臺之復爲荒草野田(칙대지복위황초야전) : 이 대가 다시 거친 풀 우거진 들과 밭이 될런지도
皆不可知也(개불가지야) : 모두 알 수 없는 일입니다.
嘗試與公(상시여공) : 시험삼아 공을 모시고  
登臺而望(등대이망) : 대에 올라가 바라보니
其東則秦穆公之祈年槖泉也(기동칙진목공지기년탁천야) : 그 동쪽은 진 목공의 기년궁과 탁천궁이 있던 곳이고
其南則漢武之長楊五柞(기남칙한무지장양오작) : 그 남쪽은 한 나라 무제의 장양궁과 오조궁이 있던 자리이며
而其北則隋之仁壽(이기북칙수지인수) : 그 북쪽은 수나라의 인수궁과
唐之九成也(당지구성야) : 당나라의 구성궁이 있던 곳입니다
計其一時之盛(계기일시지성) : 그 한 때의 성함을 헤아려보건대
宏傑詭麗(굉걸궤려) : 장대하고 화려하며
堅固而不可動者(견고이불가동자) : 견고해서 움직일 수 없는 정도가
豈特百倍於臺而已哉(기특백배어대이이재) : 어찌 이 능허대의 백배에 그칠 따름이겠습니까
然而數世之後(연이수세지후) : 그러나 몇 세대 뒤에
欲求其彷彿(욕구기방불) : 그 비슷한 모습이라도 찾아보려해도
而破瓦頹垣(이파와퇴원) : 깨어진 기와나 무너진 담장조차도
無復存者(무복존자) :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없고
旣已化爲禾黍荊棘(기이화위화서형극) : 이미 벼와 기장 가시덩굴이 이 자라난
丘墟隴畝矣(구허롱무의) : 언덕과 둔덕 및 밭이랑으로 변하여 있습니다
而況於此臺歟(이황어차대여) : 그런데 하물며 이 누대야 어찌되겠습니까
夫臺猶不足恃以長久(부대유부족시이장구) : 어러한 대도 오래도록 의지할 수가 없는 것이거늘
而況於人事之得喪(이황어인사지득상) : 하물며 사람들 일의 득실이야
忽往而忽來者歟(홀왕이홀래자여) : 갑자기 와서 갑자기 살아지는 것임에야 어떠하겠습니까
而或者欲以夸世(이혹자욕이과세) : 그런데도 어떤 사람이 세상에 뽐내면서
而自足則過矣(이자족칙과의) :  자기만족을 추구하려 한다면 잘못일 것입니다.
蓋世有足恃者(개세유족시자) : 세상에는 의지할만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
而不在乎臺之存亡也(이불재호대지존망야) : 그것은 이 대의 존망에 관계되는 일은 아닙니다.”
旣已言於公(기이언어공) : 전공에게 다 말씀드리고
退而爲之記(퇴이위지기) : 물러나와 그것을 글로 적는 바이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