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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문진보

095 육일거사집서(六一居士集序)-소식(蘇軾)

육일거사집서(六一居士集序)-소식(蘇軾)

 

夫言有大而非誇(부언유대이비과) : 이론에는 크기는 하면서도 과장되지는 않은 것이 있는데,
達者信之(달자신지) : 사리에 통달한 사람은 그것을 믿고
衆人疑焉(중인의언) : 보통 사람은 의심하고 있다.
孔子曰(공자왈) :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,
天之將喪斯文也(천지장상사문야) : “하늘이 성왕의 도리가 쓰인 글을 없애버리려 하셨다면
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(후사자불득여어사문야) : 후세의 사람들이 서왕의 도리가 쓰여진 글을 접할 수가 없게 되었을 것이다.”고 하였다.
孟子曰(맹자왈) :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, .
禹抑洪水(우억홍수) : “우는 홍수를 다스리시고,
孔子作春秋(공자작춘추) : 공자께서는 <춘추>를 지으셨는데
而余距楊墨(이여거양묵) : 나는 양주와 묵적의 학설을 막았다.” 하시면서
蓋以是配禹也(개이시배우야) : 그의 일을 우임금의 업적에 짝지우고 있는 것이다.
文章之得喪(문장지득상) : 문장을 접할수 있게 되고 소멸되고 하는 것이
何與於天(하여어천) : 하늘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?
而禹之功(이우지공) : 그리고 우의 공로는
與天之幷(여천지병) : 하늘 땅과 나란히 놓일만한 것인데
孔子孟子以空言配之(공자맹자이공언배지) : 공자와 맹자는 공연한 말로써 여기에 짝지우고 있으니
不已誇乎(불이과호) : 과장된 것이 아니겠는가?

自春秋作而亂臣賊子懼(자춘추작이란신적자구) : <춘추>가 지어진 이래로 혼란을 일삼는 신하와 해로운 짓을 하는 자식들이 두려워하게 되었고
孟子之言行(맹자지언행) : 맹자의 말씀이 행하여지면서
而楊墨之道廢(이양묵지도폐) : 양자와 묵자의 학설이 소멸되었다.
天下以爲是固然(천하이위시고연) : 천하 사람들은 이것을 본시부터 그러했던 것이라고만 여기고
而不知大其功(이불지대기공) : 그분들의 큰 공로는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.
孟子旣沒(맹자기몰) : 맹자께서 돌아가신 뒤로
有申商韓非之學(유신상한비지학) : 신불해․상앙․한비의 학문이
違道而趨利(위도이추리) : 올바른 도리를 어기고 이익만을 쫓게 하여
殘民以厚生(잔민이후생) : 백성들이 잘 사는 것을 해치게 되었다.
其說至陋也(기설지루야) : 그들의 학설은 지극히 비루한 것이었으나
而士以是(이사이시) : 선비들은 이것을 근거로
罔其上(망기상) : 그들의 임금을 속이었고
上之人僥倖一切之功(상지인요행일절지공) : 윗 사람들은 모든 공로를 분수 넘치게 바라면서
靡然從之(미연종지) : 모두가 그것을 따았었다.

而世無大人先生如孔子孟子者(이세무대인선생여공자맹자자) : 그러나 세상에는 공자나 맹자와 같은 위대한 선생임이 계시지 않아
推其本末(추기본말) : 그 근본과 말단을 미루어 밝히고
權其禍福之輕重(권기화복지경중) : 그 화복의 가볍고 무거운 점을 잘 따져서
以救其惑(이구기혹) : 그들을 미혹으로부터 구해주지 못했다
故其學遂行(고기학수행) : 그러므로 그들의 학문이 마침내 행새져서
秦以是喪(진이시상) : 진나라는 이로 말미암아 멸망을 당하였고
天下陵夷至於勝廣劉項之禍(천하릉이지어승광류항지화) : 천하는 어지러워져서 진승․오광․유방․항우 등의 전란에는
死者十八九(사자십팔구) : 죽은 자들이 일명 가운데 팔구명이나 될 정도여서
天下蕭然(천하소연) : 온 천하가 어수선하였다.
洪水之患(홍수지환) : 홍수의 환란도
蓋不之此也(개불지차야) : 이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.
方秦之未得志也(방진지미득지야) : 진나라가 뜻을 이루지 못했을 즈음에
使復有一孟子(사부유일맹자) : 만약 다시 한 분의 맹자만 계셨더라면
則申韓爲空言(칙신한위공언) : 곧 신불해와 한비의 학설이 공허한 이론이 되고 말았을 것이며
作於其心(작어기심) : 사람들 마음에 작용하여
害於其事(해어기사) : 그들의 일을 해치고
作於其事(작어기사) : 그들이 하는 일에 작용하여
害於其政者(해어기정자) : 그 나라 정치를 해치게 되었던 일이
必不至若是烈也(필불지약시렬야) : 반드시 그처럼 심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.
使楊墨得志於天下(사양묵득지어천하) : 만약 양주나 묵적이 천하에서 뜻을 얻게 되었었다 하더라도
其禍豈減於申韓哉(기화기감어신한재) : 그 화는 어찌 신불해와 한비보다 적었겠는가?
由此言之(유차언지) : 이렇게 논하고 보면
雖以孟子配禹(수이맹자배우) : 비록 맹자를 우에게 짝지운다 하더라도
可也(가야) : 괜찮은 일일 것이다

太史公曰(태사공왈) : 사마천이 말하기를,
蓋公言黃老(개공언황로) : “합공은 황제와 노자의 학문을 이야기하고
賈誼晁錯(가의조착) : 가의와 조조는
明申韓(명신한) : 신불해와 한비의 학문을 밝혔다.”고 하였다.
錯不足道也(착불족도야) : 조조는 말할 상대가 못되지만
而誼亦爲之(이의역위지) : 가의도 역시 법가의 학문을 하였으니
余以是(여이시) : 나는 이로서
知邪說之移人(지사설지이인) : 그릇된 학설의 사람들에 대한 영향은
雖豪傑之士(수호걸지사) : 비록 호걸다운 선비라 할지라도
有不免者(유불면자) : 면치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고 있다.
況衆人乎(황중인호) : 하물며 보통 사람들이야 어떠하겠는가?

自漢以來(자한이래) : 한나라 이후로도
道術不出於孔氏(도술불출어공씨) : 나라의 도리와 정치의 술법을 공자를 근거로 하지 않음으로써
而亂天下者多矣(이란천하자다의) : 천하를 어지럽힌 경우가 많았었다.
晉以老莊亡(진이로장망) : 진나라는 노자와 장자의 학문 때문에 망하였고
梁以佛亡(양이불망) : 양나라는 불교 때문에 망하였으나
莫或正之(막혹정지) : 아무도 전혀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었다.
五百餘年而後(오백여년이후) : 오백여 년 뒤에야
得韓愈(득한유) : 한유가 나와서
學者以愈配孟子(학자이유배맹자) : 학자들은 한유를 맹자에게 짝지우고 있는데
或庶幾焉(혹서기언) : 아마도 올바른 일이라 할 것이다.

愈之後三百有餘年而後(유지후삼백유여년이후) : 한유 뒤 삼백여 년만에
得歐陽子(득구양자) : 구양자가 나왔는데,
其學推韓愈孟子(기학추한유맹자) : 그의 학문은 한유와 맹자를 밀고 나가서
以達於孔氏(이달어공씨) : 공자에게까지 도달하는 것이이다.
著禮樂仁義之實(저예악인의지실) : 예악과 인의의 내용을 드러내어
以合於大道(이합어대도) : 위대한 도리에 합치시키고 있다.
其言簡而明(기언간이명) : 그의 이론은 간단하고도 분명하며
信而通(신이통) : 진실되고도 통달되고 있으며
引物連類(인물련류) : 만물을 끌어들이어 이를 서로 연결시키고
折之於至理(절지어지리) : 지극한 이치에 절충시킴으로써
以服人心(이복인심) : 사람들의 마음을 감복시키고 있다.
故天下翕然師尊之(고천하흡연사존지) : 그러므로 천하 사람들이 한꺼번에 그분을 스스으로 존경하게 되었다.

自歐陽子之存(자구양자지존) : 구양자께서 생존하신 이래로
世之不悅者(세지불열자) : 세상의 그를 좋아하지 않는 자들은
譁而攻之(화이공지) : 시끄럽게 그분을 공격하여
能折困其身(능절곤기신) : 그의 몸을 곤경에 빠뜨릴 수는 있었으나
而不能屈其言(이불능굴기언) : 그의 이론을 굽힐 수는 없었다.
士無賢不肖(사무현불초) : 선비들은 현명한 이 못난 이 할 것 없이
不謀而同曰(불모이동왈) : 의논하지 않고도 모두 똑같이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.
歐陽子今之韓愈也(구양자금지한유야) : “구양자는 지금의 한유시다.”라고 말이다.

宋興七十餘年(송흥칠십여년) : 송나라가 일어난지 칠십여 년이 되는 동안
民不知兵(민불지병) : 백성들은 전쟁을 몰랐고
富而敎之(부이교지) : 풍부해지고 교화를 받아서
至天聖景祐極矣(지천성경우극의) : 천성과 경우의 연간에는 극성을 이루었었다.
而斯文終有愧於古(이사문종유괴어고) : 그러나 성인의 학문은 끝내 옛날에 비하여 부끄러운 점이 있었고
士亦因陋守舊(사역인루수구) : 선비들도 고루하고 구습만을 지키어
論卑而氣弱(론비이기약) : 이론은 비루하고 기상은 허약했었다.
自歐陽子出(자구양자출) : 구양자가 나온 뒤로는
天下爭自濯磨(천하쟁자탁마) : 천하 사람들이 다투어 스스로를 씻고 갈고 함으로써
以通經學古爲高(이통경학고위고) : 경전에 통달하고 옛것을 공부하는 것을 고상하게 여기고,
以救時行道爲賢(이구시행도위현) : 시국을 구하고 올바른 도리를 행하는 것을 현명하다 여기고,
以犯顔敢諫爲忠(이범안감간위충) : 천자 면전에서도 과감히 간하는 것을 충성이라 여기어
長育成就(장육성취) : 학문이 발전하고 훌륭한 기풍이 이룩되었었다.
至嘉祐末(지가우말) : 가우 말엽에는
號稱多士(호칭다사) : 많은 훌륭한 선비가 있었다고 일컬어지고 있는데
歐陽子之功爲多(구양자지공위다) : 구양자의 공이 다대하였다.
嗚呼(오호) : 아!
此豈人力也哉(차기인력야재) : 이 어찌 사람의 힘이겠는가?
非天其孰能使之(비천기숙능사지) : 하늘이 아니고 그 누가 그렇게 만들 수가 있겠는가?

歐陽子歿十有餘年(구양자몰십유여년) : 구양자께서 돌아가신지 십여 년이 되자
士始爲新學(사시위신학) : 선비들은 신학을 시작하였는데
以佛老之似(이불로지사) : 불교나 도교와 비슷한 방법으로
亂周孔之實(란주공지실) : 주공과 공자의 학문 내용을 어지럽히었다.
識者憂之(식자우지) : 식자들은 이를 걱정하고 있었는데
賴天子明聖(뢰천자명성) : 천자께서 명철하신 덕분에
詔修取士法(조수취사법) : 취사법을 조명으로 고치고
風厲學者(풍려학자) : 학자들을 독려하여
專治孔氏(전치공씨) : 오로지 공자의 학문만을 공부하고
黜異端(출이단) : 이단을 내치도록 하여주었다.
然後風俗一變(연후풍속일변) : 그런 뒤에야 세상 풍속이 일변해져서
考論師友淵源所自(고론사우연원소자) : 스승과 학우들의 연원과 계보를 연구하여
復知誦習歐陽子之書(부지송습구양자지서) : 다시 구양자의 글을 외우고 익힐 줄을 알게 된 것이다.
予得其詩文七百六十六篇於其子棐(여득기시문칠백륙십륙편어기자비) : 나는 그분의 아들 <비>에게서 그 분의 시와 산문 766편을 얻어
乃次而論之曰(내차이론지왈) : 차례대로 책으로 엮고 그에 대하여 이렇게 논하는 바이다.
歐陽子論大道似韓愈(구양자론대도사한유) : “구양자는 위대한 도를 논함에 있어서는 한유와 같고,
論事似陸贄(론사사륙지) : 일을 논하는데 있어서는 육지와 같고

記事似司馬遷(기사사사마천) : 일을 기록하는 점에서는 사마천과 같고
詩賦似李白(시부사이백) : 시부는 이백과 비슷하다.
此非予言也(차비여언야) : 이는 나의 말이 아니라
天下之言也(천하지언야) : 온 천하의 말인 것이다.”
歐陽子諱修字永叔(구양자휘수자영숙) : 구양자는 이름이 <수>이고 자는 <영숙>이며
旣老自謂六一居士云(기로자위육일거사운) : 늙은 뒤에는 스스로 <육일거사>라 부르셨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