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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문진보

082 고조론(高祖論)-소순(蘇洵)

고조론(高祖論)-소순(蘇洵)


고조론-소순(蘇洵)


漢高祖挾數用術(한고조협수용술) : 한나라 고조는 술수를 가지고 술법을 씀으로써
以制一時之利害(이제일시지이해) : 한 때의 이해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 
不如陳平(불여진평) : 진평만 못하였고
揣摩天下之勢(췌마천하지세) : 천하의 형세를 헤아리어
擧指搖目(거지요목) : 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눈을 움직임으로써
以劫制項羽(이겁제항우) : 항우를 위협하고 통제하는 데 있어서는
不如張良(불여장양) : 장량만 못하였다
微此二人(미차이인) : 이들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
則天下不歸漢(칙천하불귀한) : 천하는 한나라의 것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고
而高帝乃木强之人而止耳(이고제내목강지인이지이) : 고조는 곧 나무처럼 뻣뻣한 사람으로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


然天下已定(연천하이정) : 그러나 천하가 평정된 후에는
後世子孫之計(후세자손지계) : 후세 자손들을 위하는 계획에 있어서는
陳平張良智之所不及(진평장양지지소불급) : 진평과 장량의 지혜가 미치지 못하는 점까지도
則高帝常先爲之規畫處置(칙고제상선위지규화처치) : 고조는 언제나 먼저 계획을 세워서 조치를 취하였고
使夫後世之所爲(사부후세지소위) : 후세에 할 일들을
曉然如目見其事而爲之者(효연여목견기사이위지자) : 분명히 눈으로 그 일을 직접 보는 것처럼 분명히 알고 처리하였다
蓋高帝之智(개고제지지) : 대체로 고조의 지혜가
明於大而暗於小(명어대이암어소) : 큰 일에는 밝지만 작은 일에는 어두웠음은
至於此而後見也(지어차이후견야) : 여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드러났던 것이다
帝常語呂后曰(제상어여후왈) : 고조가 일찍이 여후에게 말했었다
周勃重厚少文(주발중후소문) : 주발은 중후하고 겉치레는 적소
然安劉氏者(연안유씨자) : 그러나 유씨를 안정케 해줄 사람은
必勃也(필발야) : 반드시 주발일 것이니
可令爲太尉(가령위태위) : 그를 태위에 임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
方是時(방시시) : 바로 그 때는
劉氏旣安矣(유씨기안의) : 유씨들이 이미 안정되어 있던 때였다
勃又將誰安耶(발우장수안야) : 주발이 또 그 누구를 안정케 해준다는 것이었을까
故吾之意曰(고오지의왈) : 그러므로 나의 생각으로는
高帝之以太尉屬勃也(고제지이태위속발야) : 고조가 태위의 벼슬을 주발에게 주라고 부탁한 것은
知有呂氏之禍也(지유여씨지화야) : 여씨에 의한 재앙과 화난이 있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


雖然其不去呂后(수연기부거여후) : 그렇다고 한다면 그가 여후를 제거하지 않은 것은
何也(하야) : 어째서였을까
勢不可也(세불가야) : 형세가 그래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
昔者武王沒(석자무왕몰) : 옛날 주나라 무왕이 죽었을 때
成王幼而三監叛(성왕유이삼감반) : 성왕이 어려서 삼감이 반란을 일으켰었다
帝意百歲後(제의백세후) : 고조의 생각으로는 백 년 뒤에
將相大臣及諸侯王(장상대신급제후왕) : 장군이나 재상과 대신들과 제후들 중에
有如武庚祿父而無有以制之也(유여무경록부이무유이제지야) : 무경과 녹보 같은 자가 있는데도 그들을 제어할 방법이 없게 될런지도 모른다고 여겼을 것이다
獨計以爲家有主母(독계이위가유주모) : 고조는 홀로 계책을 세우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집안에 주부가 있으면
而豪奴悍婢(이호노한비) : 기운 있는 노복이나 사나운 노비 있다하더라도
不敢與弱子抗(부감여약자항) : 감히 약한 자식에 항거하지 못한다
呂氏佐帝定天下(여씨좌제정천하) : 여씨는 나를 도와서 천하를 평정하여
爲諸侯大臣素所畏服(위제후대신소소외복) : 여러 장수나 대신들의 평소에도 두려워하고 복종하는 대상이 되어있다
獨此可以鎭壓其邪心(독차가이진압기사심) : 오직 그 만이 그들의 사악한 마음을 진압하여
以待嗣子之壯(이대사자지장) : 뒤를 이을 자식 놈을 장성하도록 기다릴 수 있게 할 것이다
故不去呂后者(고불거여후자) : 그러므로 여후를 제거하지 아니하였던 것은
爲惠帝計也(위혜제계야) : 혜제를 위한 계책이었던 것이다
呂后旣不可去(여후기불가거) : 여후는 기왕 제거할 수가 없었으므로 
故削其黨(고삭기당) : 그의 무리들을 삭감하고
以損其權(이손기권) : 그들 권력을 줄임으로써
使雖有變(사수유변) : 만약 변고가 생긴다 하더라도
而天下不搖(이천하부요) : 천하가 요동치 않도록 해야만 했던 것이다
是故以樊噲之功(시고이번쾌지공) : 그러므로 번쾌와 같이 공이 큰 사람도
一旦遂欲斬之而無疑(일단수욕참지이무의) : 하루 아침에 그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버리려 하였던 것이다
嗚呼(오호) : 아아
彼獨於噲不仁(피독어쾌부인야) : 그가 오직 번쾌에게만 인자하지 않았던 것이겠는가
且噲與帝偕起(차쾌여제해기) : 또한 번쾌는 고조와 함께 군사를 일으켜
拔城陷陣(발성함진) : 적의 성을 함락시키고 적진을 부수서
功不爲少(공부위소) : 적지 않은 공을 세웠고
方亞父嗾項莊時(방아부주항장시) : 홍문에서 범증이 항장을 시켜 고조를 죽이려 했을 때
微噲譙羽(미쾌초우) : 번쾌가 항우를 꾸짖지 않았더라면
則漢之爲漢(칙한지위한) : 곧 한나라가 위의 한나라처럼 되었을런지도
未可知也(미가지야) : 알 수 없는 일이었다
一旦人有惡噲(일단인유악쾌) : 어느 날 아침 어떤 사람이 번쾌가
欲滅戚氏者(욕멸척씨자) : 척씨를 멸하려한다고 나쁘게 말하자
時噲出伐燕(시쾌출벌연) : 그 때 번쾌는 연나라를 정벌하러 나가 있었는데
立命平勃(립명평발) : 즉시 진평과 주발에게 명하여
卽軍中斬之(즉군중참지) : 군중으로 가 번쾌를 참하도록 하였던 것이다


夫噲之罪未形也(부쾌지죄미형야) : 그 때 번쾌의 죄는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고
惡之者誠僞(악지자성위) : 그를 나쁘게 말한 자의 말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도
未必也(미필야) : 확인할 수 없었으며
且帝之不以一女子斬天下功臣(차제지부이일녀자참천하공신) : 또한 고조가 한 여자 때문에
천하의 공신을 참하는 지 버리지 않았을 것임도
亦明矣(역명의) : 명백한 일이었다
彼其娶於呂氏(피기취어여씨) : 그러나 번쾌는 여씨 집안네 장가들어 있었다
呂氏之族(여씨지족) : 여씨의 족속 중의
若産祿輩(약산록배) : 여산이나 여녹같은 무리들은
皆庸才(개용재) : 모두 용렬한 인물이어서
不足恤(부족휼) : 걱정할 것이 못되었다
獨噲豪健(독쾌호건) : 오직 번쾌만은 호걸이어서
諸將所不能制(제장소불능제) : 여러 장수들도 제어할 수가 없는 인물이었으니
後世之患(후세지환) : 후세의 환난이
無大於此矣(무대어차의) : 이보다 더 큰 것이 있을 수가 없었다


夫高帝之視呂后(부고제지시여후) : 고조가 여후를 보는 태도는
猶醫者之視菫也(유의자지시근야) : 마치 의사가 독초를 보는 것과 같았다
使其毒(사기독) : 그 풀의 독으로
可使治病(가사치병) : 사람을 치료하게만 해야지
而無至於殺人而已(이무지어살인이이) : 사람을 죽이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일 따름이었다
噲死則呂氏之毒(쾌사칙여씨지독) : 번쾌가 죽는다면 여씨의 독은
將不至於殺人(장불지어살인) : 사람들을 죽이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
高帝以爲是足以死而無憂矣(고제이위시족이사이무우의) : 고조는 그래야만 죽은 뒤에도 걱정이 없게 될거라고 여겼던 것이다


彼平勃者(피평발자) : 저 진평과 주발은
遺其憂者也(유기우자야) : 고조의 걱정을 후세에까지 남겨놓았던 사람들이다
噲之死於惠帝之六年(쾌지사어혜제지육년) : 번쾌가 혜제 6년에 죽은 것은
天也(천야) : 천명이었다
使之尙在(사지상재) : 만약 그가 그대로 살아 있었더라면
則呂祿不可紿(칙여록불가태) : 곧 여산과 여녹을 속여 넘길 수가 없었을 것이고
太尉不得入北軍矣(태위불득입북군의) : 태위인 주발이 북군으로 들어가 여씨들을 다 죽여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
或謂噲於帝最親(혹위쾌어제최친) : 어떤 이는 말하기를 번쾌는 고조와 가장 친했다
使之尙在(사지상재) : 만약 그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하더라도
未必與産祿叛(미필여산록반) : 여산 여녹과 꼭 반란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한다
夫韓信黥布盧綰(부한신경포노관) : 그런데 한신, 경포, 노관은
皆南面稱孤(개남면칭고) : 모두 왕으로 행세하고 있었고
而綰又最爲親幸(이관우최위친행) : 노관은 또 가장 임금의 총애를 받았었다
然及高帝之未崩也(연급고제지미붕야) : 그러나 고조가 죽기도 전에
皆相繼以逆誅(개상계이역주) : 모두 연이어 반역의 죄로 처형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
誰謂百歲之後(수위백세지후) : 백 년이 지난 뒤에
椎埋屠狗之人(추매도구지인) : 사람을 때려죽여 땅에 묻고 개 백정 노릇이나 하던 사람들이
見其親戚得爲帝王(견기친척득위제왕) : 그들 친척이 제왕이 되는 것을 보고서
而不欣然從之耶(이부흔연종지야) : 기뻐하며 그를 따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
吾故曰(오고왈) : 나는 그 때문에
彼平勃者(피평발자) : 저 진평과 주발은
遺其憂者也(유기우자야) : 고조의 걱정을 후세에까지 남겨놓았던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던 것이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