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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문진보

056 포사자설(捕蛇者說)- 유종원(柳宗元)

포사자설(捕蛇者說)-유종원(柳宗元)

 

永州之野(영주지야)에 : 영주의 들판에
産異蛇(산이사)하니 : 기이한 뱀이 나는데
黑質白章(흑질백장)이라 : 검은 색 바탕에 흰색 무늬가 있었다
觸草木(촉초목)이면 : 그 뱀이 초목에 닿기만 하면
盡死(진사)요 : 모조리 죽었고
以齧人(이설인)이면 : 사람이 물리면
無禦之者(무어지자)라 :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
然得而腊之(연득이석지)하여 : 하지만 그 뱀을 잡아 건육으로 만든 뒤
以爲餌(이위이)면 : 약용으로 먹으면
可以已大風攣踠瘻癘(대풍련원루려가이이)하고 : 심한 중풍이나 팔다리가 굽는 병과 악성종양등을 치료할 수 있고
去死肌殺三蟲(거사기살삼충)이라 : 썩은 피부나 삼시충도 없앨 수 있다고 한다.
其始太醫以王命聚之(기시태의이왕명취지)러니 : 애당초 어이가 왕명에 의해 그 뱀들을 모아들였는데
歲賦其二(세부기이)라 : 일 년에 두 마리를 진상토록 하였다
募有能捕之者(모유능포지자)하여 : 그 뱀을 잘 잡는 사람을 모집하되
當其租人(당기조인)하니 : 잡은 뱀으로 조세수입에 충당토록하니
永之人(영지인)이 : 영주 사람이
爭犇走焉(쟁분주언)이라 : 다투어 나서게 되었다

有莊氏者專其利三歲矣(유장씨자전기리삼세의)라 : 장씨라는 이가 있었는데 삼대에 걸쳐 그 일에 종사하여 왔다
問之則曰吾祖死於是(문지칙왈오조사어시)하고 : 그에게 물은 즉 대답하기를, “제 조부도 이 뱀에 죽었고
吾父死於是(오부사어시)하고 : 부친도 이 뱀에 죽었고
今吾嗣爲之十二年(금오사위지십이년)에 : 제가 이 일을 이어 맡은 지 십이 년이 되었지만
幾死者數矣(기사자수의)로다 : 몇 번이나 죽을 뻔 했지요”라고 말했다
言之(언지)에 : 이러한 말을 하는데
貌若甚慼者(모약심척자)라라 : 말 하는 모습이 심히 슬픔이 있어 보였다
余悲之且曰若毒之乎(여비지차왈약독지호)아 : 나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“그대는 그 일을 싫어하는가
余將告于莅事者(여장고우리사자)하여 : 내가 담당관에게 이야기하여
更若役(경약역)하고 : 그대의 일을 바꾸고
復若賦(복약부)면 : 세금을 회복시켜주면
則何如(칙하여)오 : 어떻겠는가”라고 말했더니
蔣氏大慼(장씨대척)하여 : 장씨는 몹시 슬퍼하면서
汪然出涕曰君將哀而生之乎(왕연출체왈군장애이생지호)인댄 :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“선생님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계속 살 수 있도록 하실 수 있을 지언정
則吾斯役之不幸(칙오사역지불행)이 : 저는 이 일에 종사함으로써 생기는 불행이
未若復吾賦不幸之心也(미약복오부불행지심야)라 : 저의 세금이 다시 회복됨으로써 생기는 불행보다 낳을 것입니다
嚮吾不爲斯役(향오불위사역)이런들 : 이전부터 제가 이 일에 종사하지 않았다면
則久已疾矣(칙구이질의)랐다 : 저는 이미 오래 전에 살기 어려워졌을 것입니다
自吾氏三歲居是鄕(자오씨삼세거시향)하여 : 저희 가문이 삼대에 걸쳐 이곳에서 산 지가
積於今六十歲矣(적어금육십세의)라 : 지금껏 60 년이 되었지만
而鄕隣之生日蹙(이향린지생일축)하여 : 이웃사람들의 생활은 날로 궁핍해졌으며
殫其地之出(탄기지지출)하고 : 그들 땅의 소출이 다하고
竭其廬之入(갈기려지입)하여 : 그 지븨 수입마저 전부 고갈되어
號乎而轉徒(호호이전도)하고 : 도와 달라고 외치면서 이리저리 떠돌다가
飢渴而頓踣(기갈이돈북)하여 : 목마름과 굶주림에 쓰러지기도 하였고
觸風雨犯寒暑(촉풍우범한서)하고 : 비바람과 추위와 더위를 겪으면서
呼噓毒癘(호허독려)하여 : 독기를 호흡하여
往往而死者相藉也(왕왕이사자상자야)라 : 때때로 죽은 자가 서로 깔고 깔렸습니다
曩與吾祖居者(낭여오조거자)가 : 예전에 저의 조부와 함께 살았던 집안들 가운데
今其室十無一焉(금기실십무일언)이오 : 지금은 열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
與吾父居者(여오부거자)가 : 저의 부친과 함께 살았던 집안들 가운데
今其室十無二三焉(금기실십무이삼언)이오 : 지금은 열에 둘셋도 남지 않았습니다
與吾居十二年者(여오거십이년자)가 : 저와 함께 12 년 동안 이곳에서 살던 집안들 가운데
今其室十無四五焉(금기실십무사오언)이니 : 지금은 열에 네 다섯도 남지 않았으니
非死則徒耳(비사칙도이)라 : 그들은 죽은 것이 아니면 떠나버렸을 뿐입니다
而吾以捕蛇獨存(이오이포사독존)이라 : 오로지 저만은 뱀을 잡으면서 살고 있습니다

悍吏之來吾隣(한리지래오린)에 : 또 혹독한 관리가 마을에 와서
叫囂乎東西(규효호동서)하며 : 동서로로 소란을 피우며
隳突乎南北(휴돌호남북)하고 : 남북으로 헤집고 다닐 때에는
譁然而駭者(화연이해자)가 : 모두들 잔뜩 놀라 시끌거리고
雖鷄狗不得寧焉(수계구불득녕언)이라 : 닭이나 개도 편안하지 못하지요
吾恂恂而起(오순순이기)하여 : 저는 매일같이 천천히 일어나
視其缶而吾蛇尙存(시기부이오사상존)이면 : 항아리를 보고 아직도 뱀이 남아있으면
則弛然而臥(칙이연이와)하고 : 안심하고 다시 누워
謹食之(근식지)하여 : 조심하면서 뱀을 먹여
時而獻焉(시이헌언)이오 : 때가 되면 진상하고
退而甘食其土之有(퇴이감식기토지유)하여 : 돌아와 제 땅에서 나는 소출로 달게 먹고 살면서
以盡吾齒(이진오치)하니 : 제 생애를 마칠 것이니
蓋一歲之犯死者二焉(개일세지범사자이언)이오 : 대체로 일년 중 죽음을 무릅쓰는 때는 두 번입니다
其餘則熙熙而樂(기여칙희희이락)이라 : 그 나머지는 희희낙낙하니
其吾鄕隣之旦旦有是哉(기오향린지단단유시재)리오 : 이웃 사람들이 매일같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에 어찌 이러한 일이 있겠습니까
今雖死于此(금수사우차)라도 : 지금 비록 이 일을 하다 죽는다하더라도
比吾鄕隣之死(비오향린지사)면 : 나의 이웃사람의 죽음에 비하면
則已後矣(칙이후의)니 : 늦게 죽는 것이니
又安敢毒耶(우안감독야)아 : 어찌 감히 독하다 하겠습니까
余聞而有悲(여문이유비)하노라 : 나는 이야기를 듣고 슬러졌노라
孔子曰茄政猛於虎也(공자왈가정맹어호야)라 : 공자가 이르기를, “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”고 하였는데
吾嘗疑乎是(오상의호시)러니 : 나는 일찍이 이 말을 의심했었는데
今以蔣氏觀之(금이장씨관지)하니 : 지금 장씨의 경우로 보아
尤信(우신)이로다 : 더욱 믿게 되었다
嗚呼(오호)라 : 아
孰知賦斂之毒有甚是蛇者乎(숙지부렴지독(유심시사자호)아 : 세금을 거둬들이는 혹독함이 그 뱀보다 더욱 심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
故爲之說(고위지설)하여 : 그런 까닭에 이러한 글을 지어
以俟夫觀人風者得焉(이사부관인풍자득언)하노라 : 민풍을 관찰하는 사람들을 기다려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