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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문진보

067 황주죽루기(黃州竹樓記)-왕원지(王元之)

황주죽루기(黃州竹樓記)-왕원지(王元之)

 

黃岡之地多竹(황강지지다죽) : 호북 황강지방에는 대나무가 많은데,
大者如椽(대자여연) : 큰 것은 서까래만하다.
竹工破之(죽공파지) : 죽세공이 대나무를 쪼개고
刳去其節(고거기절) : 그 마디를 긁어내어 가지고
用代陶瓦(용대도와) : 기와 대신으로 쓴다.
比屋皆然(비옥개연) : 집집마다 모두 그러하니
以其價廉而工省也(이기가렴이공생야) : 그것은 값이 싸고 일하는 품이 절약되기 때문이다.

子城西北隅(자성서북우) : 황주성 본성 옆 작은 성 서북쪽 구석에는
雉堞圮毁(치첩비훼) : 성 위의 벽이 허물어져
蓁莽荒穢(진망황예) : 잡초가 우거진 채 황량해진 곳이 있었다.
因作小樓二間(인작소루이간) : 거기에 두 간짜리 작은 누대를 짓고
與月波樓通(여월파루통) : 월파루와 통하게 했다.
遠呑山光(원탄산광) : 멀리는 산 빛을 삼키고 있는 듯하고,
平挹江瀨(평읍강뢰) : 평평한 강물결은 손으로 퍼낼 수 있을 듯이 보이는데,
幽闃遼夐(유격요형) : 그윽하고 고요하며 멀고 아득한 조망은
不可具狀(불가구장) : 일일이 설명할 수가 없다.
夏宜急雨(하의급우) : 여름에는 소나기가 제격이어서,
有瀑布聲(유폭포성) : 그 소리가 마치 폭포수 소리와 같다.
冬宜密雪(동의밀설) : 겨울이면 함박눈이 제격이어서,
有碎玉聲(유쇄옥성) : 마치 옥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.
宜鼓琴(의고금) :금을 타기에도 더없이 좋으니,
琴調和暢(금조화창) : 그 가락이 맑고 부드럽다.
宜詠詩(의영시) : 시를 읊기에도 좋으니
詩韻淸絶(시운청절) : 시의 운치가 비할 바 없이 맑다.
宜圍棋(의위기) : 또 바둑 두기에도 좋으니
子聲丁丁然(자성정정연) : 바둑돌 놓는 소리가 땅땅하게 울린다
宜投壺(의투호) : 또 투호놀이 하기도 좋으니
矢聲錚錚然(시성쟁쟁연) : 화살소리가 쩡쩡하게 울린다.
皆竹樓之所助也(개죽루지소조야) : 이 모두가 죽루가 흥취를 돋우기 때문이다.

公退之暇(공퇴지가) : 공사가 끝나 퇴청한 뒤의 여가에는
披鶴氅衣(피학창의) : 학의 깃으로 만든 선의를 걸치고,
戴華陽巾(대화양건) : 도사들이 쓰는 화양건을 쓰고서,
手執周易一卷(수집주역일권) : 손에는 <주역> 한 권을 들고

焚香黙坐(분향묵좌) : 향을 태우며 조용히 앉아 있으면
消遣世慮(소견세려) : 세상의 근심걱정이 사라진다.
江山之外(강산지외) : 강산 저편으로는
第見風帆沙鳥(제견풍범사조) : 곧 바람을 안은 돛단배와 모래톱의 물새 떼,
煙雲竹樹而已(연운죽수이이) : 그리고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구름과 대나무 숲만이 보인다.
待其酒力醒(대기주력성) : 술기운이 가시고
茶煙歇(다연헐) : 차 끓이는 연기가 사라지는 것을 기다리며,
送夕陽(송석양) : 서산으로 지는 해를 보내고
迎素月(영소월) : 동산에 떠오르는 흰 달을 맞는다.
亦謫居之勝槪也(역적거지승개야) : 이 또한 귀양살이하는 사람의 뛰어난 즐거움이다
彼齊雲落星(피제운락성) : 저 오대의 한포가 세웠다는 제운루나 오의 손권이 세웠다는 낙성루는
高則高矣(고칙고의) : 높기는 높고,
井幹麗譙(정간려초) : 한무제가 세웠다는 정간루나 위의 무제가 세웠다는 여초루는
華則華矣(화칙화의) : 화려하기는 화려하다.
止于貯妓女(지우저기녀) : 그러나 기녀들을 모아
藏歌舞(장가무) : 노래하고 춤추게 하였을 뿐이니,
非騷人之事(비소인지사) : 이런 것은 시인들이 할 일이 아니므로
吾所不取(오소불취) :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.

吾聞竹工(오문죽공) : 나는 죽세공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.
云竹之爲瓦僅十稔(운죽지위와근십임) : “대나무로 만든 기와는 겨우 십 년 가지만
若重覆之(약중복지) : 만약 겹으로 덮으면
得二十稔(득이십임) : 이십 년 갈 수 있습니다.”
噫吾以至道乙未歲(희오이지도을미세) : 아! 나는 송 태종 지도 원년 을미년에
自翰林出滁上(자한림출저상) : 한림원에서 저주지사로 나갔다가
丙申移廣陵(병신이광릉) : 다음 해인 병신년에 광릉지사로 옮겨 가고,
丁酉又入西掖(정유우입서액) : 또 그 다음 해인 정유년에는 다시 중서성에 들어갔다가 그 다음 해인 정유년에는 다시 중서성에 들어갔다.
戊戌歲除日(무술세제일) : 그 다음 해인 무술년의 섣달 그믐 날에
有齊安之命(유제안지명) : 제안으로 가라는 칙명을 받았으며,
己亥閏三月到郡(기해윤삼월도군) : 그 다음 해인 기해년의 윤삼월에 이 고을 황주에이르렀다.
四年之間(사년지간) : 이 4년 동안
奔走不暇(분주불가) :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니 여가가 없었다.
未知明年又在何處(미지명년우재하처) : 내년이면 또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하니
豈懼竹樓之易朽乎(기구죽루지역후호) : 어찌 죽루의 지붕이 쉬이 썩는 것을 두려워하랴?
後之人與我同志(후지인여아동지) : 뒤에 오는 사람이 나와 같은 뜻을 가져,
嗣而葺之(사이즙지) : 계속하여 지붕을 이어준다면
庶斯樓之不朽也(서사루지불후야) : 아마도 이 죽루가 썩지 않을 것이다.
咸平二年八月十五日記(함평이년팔월십오일기) : 함평 2년 8월 보름날 쓰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