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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문진보

029. 송부도문창사서(送浮屠文暢師序)-한유(韓愈)

송부도문창사서(送浮屠文暢師序)-한유(韓愈)


문석 스님을 보내는 글-한유(韓愈)


人固有儒名而墨行者(인고유유명이묵행자) : 사람들 중에는 본시 유가의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묵가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
問其名則是(문기명칙시) : 그의 명분에 대하여 물어보면 옳지만
校其行則非(교기행칙비) : 그의 행동을 따져보면 잘못되었는데
可以與之游乎(가이여지유호) : 그와 더불어 놀아도 괜찮겠는가
如有墨名而儒行者(여유묵명이유행자) : 만약에 묵가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유가의 행동을 하는 이가 있다면
問其名則非(문기명칙비) : 그의 명분에 대하여 물어보면 그릇되었어도
校其行則是(교기행칙시) : 그의 행동을 따져보면 옳은데,
可以與之游乎(가이여지유호) : 그와 더불어 놀아도 괜찮겠는가
揚子雲稱(양자운칭) : 앙웅이 말하기를
在門墻則揮之(재문장칙휘지) : “내 집 문앞이나 담장에서 묵자의 책을 읽고 있으면 그를 쫓아버리지만
在夷狄則進之(재이적칙진지) : 오랑캐 땅에서 그것을 읽고 있다면 그를 끌어들이겠다.”고 하였는데
吾取以爲法焉(오취이위법언) : 나는 그 말을 취하여 법도로 삼고 있다.


文暢喜爲文章(문창희위문장) : 문창은 글을 짓기를 좋아하여
其周遊天下(기주유천하) : 그는 천하를 두루 여행하였는데
凡有行(범유행) : 어디에 가거나
必請於搢紳先生(필청어진신선생) : 반드시 여러 지식인들에게 요청하여
以求詠謌其所志(이구영가기소지) : 자신의 뜻하는 바를 시로 읊어줄 것을 요청하였다.
貞元十九年春(정원십구년춘) : 정원 19년 봄에
將行東南(장행동남) : 동남쪽으로 여행을 떠나려 할 적에
柳君宗元(류군종원) : 유종원이
爲之請作詩(위지청작시) : 그를 위해 시를 지어 줄 것을 요청하여왔다.
解其裝(해기장) : 그의 여장을 풀어보니
得所得叙詩累百餘(득소득서시루백여편) : 그가 지어받은 시가 수백 편이나 되었다고 한다.
非至篤好(비지독호) : 문학을 지극히 좋아하지 않았다면
其何能致多如是邪(기하능치다여시사) : 어떻게 이처럼 많이 지어 받을 수 있었겠는가.
惜其無以聖人之道告之者(석기무이성인지도고지자) : 애석한 것은 그 중에는 성인의 도를 일러준 것은 없고,
而徒擧浮屠之說(이도거부도지설) : 부질없이 부처의 이론을 써서
贈焉(증언) : 준 것들이 전부였다는 것이다.


夫文暢浮屠也(부문창부도야) : 문창은 스님이다
如欲聞浮屠之說(여욕문부도지설) : 만약 불교의 이론에 대하여 묻고 싶었다면
當自就其師而問之(당자취기사이문지) : 마땅히 그의 스승에게 찾아가서 물었을 것인데
何故(하고) : 무슨 까닭으로
謁吾徒而來請(알오도이래청야) : 우리 유학자들을 찾아와 의견을 요청했겠는가
彼見吾君臣父子之懿(피견오군신부자지의) : 그는 우리의 임금과 신하,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위대한 윤리와
文物禮樂之盛(문물예악지성) : 문물과 예악의 성대함을 보고서
其心必有慕焉(기심필유모언) : 마음 속으로 반드시 흠모하고 있었을 것이다.
拘其法而未能入(구기법이미능입) : 그의 불법에 얽매여 이리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.
故樂聞其說而請之(고악문기설이청지) : 그러므로 성인의 이론에 대하여 듣기를 좋아하여 시를 요청한 것일 것이다.
如吾徒者宜當告之以二帝三王之道(여오도자의당고지이이제삼왕지도) : 우리 유자들은 마땅히 그에게 요순과 삼대 선왕들의 도와
日月星辰之所以行(일월성신지소이행) : 해와 달과 별이 운행하는 원리와
天地之所以著(천지지소이저) : 하늘과 땅이 분명한 까닭과
鬼神之所以幽(귀신지소이유) : 귀신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까닭과
人物之所以蕃(인물지소이번) : 사람과 만물이 번성하는 이유와
江河之所以流而語之(강하지소이류이어지) : 강물이 흐르고 있는 까닭을 일러주고 얘기해 주어야지
不當又爲浮屠之說而瀆告之也(부당우위부도지설이독고지야) : 더욱이 불교의 이론이나 펴면서 쓸데없는 것을 일러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.


民之初生(민지초생) : 사람이 처음 생겨났을 때
固若禽獸然(고약금수연) : 본시 새나 집승들과 같았는데
聖人者立然後(성인자립연후) : 성인이 나온 다음에야
知宮居而粒食(지궁거이립식) : 집을 짓고 살며 곡식을 먹었고
親親而尊尊(친친이존존) : 어버이를 받들고 윗 사람을 존중하고
生者養而死者藏(생자양이사자장) : 산 사람을 부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지낼 줄을 알게 되었다
是故道莫大乎仁義(시고도막대호인의) : 그러므로 도에 있어서는 인과 의보다 더 큰 것이 없고
敎莫正乎禮樂刑政(교막정호예악형정) : 가르침에 있어서는 예악과 형정보다 더 바른 것이 없는 것이다
施之於天下(시지어천하) : 그것들을 천하에 시행하면
萬物得其宜(만물득기의) : 만물이 모두 합당함을 얻게 되고
措之於其躬(조지어기궁) : 그것들을 그 자신에게 적용하면
體安而氣平(체안이기평) : 몸은 편안하고 기운은 평온하게 되는 것이다.
堯以是傳之舜(요이시전지순) : 요임금은 이것들을 순 임금에게 전하였고
舜以是傳之禹(순이시전지우) : 순은 이것을 우임금에게 전하였으며
禹以是傳之湯(우이시전지탕) : 우왕은 이것을 탕임금에게 전하였고
湯以是傳之文武(탕이시전지문무) : 탕왕은 이것을 문왕과 무왕에게 전하였으며
文武以是傳之周公孔子(문무이시전지주공공자) : 문왕과 무왕은 이것을 주공과 공자에게 전하여
書之於冊(서지어책) : 그것을 책으로 지어놓아 
中國之人(중국지인) : 중국인이라면
世守之(세수지) : 대대로 이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
今浮屠者(금부도자) : 지금의 불교라는 것은
孰爲而孰傳之邪(숙위이숙전지사) : 누가 만들고 누가 전한 것인가


夫鳥俛以啄(부조면이탁) : 새들이 몸을 숙여 모이를 쪼다가
仰而四顧(앙이사고) : 몸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고
夫獸深居而簡出(부수심거이간출) : 짐승들이 깊은 곳에 있으면서 드물게 나타나는 것은
懼物之爲己害也(구물지위기해야) : 다른 물건들이 자기를 해칠가 두렵기 때문인 것이다.
猶且不脫焉(유차불탈언) : 그런데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
弱之肉(약지육) : 약한 자의 고기를
强之食(강지식) : 강한 자가 먹고 있는 것이다
今吾與文暢(금오여문창) : 지금 내가 문창과 함께
安居而暇食(안거이가식) : 편안히 살면서 여유있게 먹고 지내고
優游以生死(우유이생사) : 유유히 살다가 죽을 수 있어서
與禽獸異者(여금수이자) : 새나 짐승과는 다른데
寧可不知其所自邪(녕가불지기소자사) : 어찌 그 근원을 알지 않아도 괜찮겠는가
夫不知者(부불지자) : 알지 못하는 것은
非其人知罪也(비기인지죄야) : 그 사람의 죄가 아니나
知而不爲之者惑也(지이불위지자혹야) : 알면서도 따르지 않는 것은 미혹된 것이며
悅乎故(열호고) : 옛것을 좋아하여
不能卽乎新者弱也(불능즉호신자약야) :  새로운 것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약한 것이며
知而不以告之者不仁也(지이불이고지자불인야) : 알면서도 그것을 일러주지 않는 것은 인하지 못한 것이며
告而不以實者不信也(고이불이실자불신야) : 일러주어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믿음성이 없는 것이다
余旣重柳請(여기중류청) : 나는 유종원의 요청을 중시한 위에
又嘉浮屠能喜文辭(우가부도능희문사) : 또 그가 중으로서 문학을 좋아함을 가상시 여기어
於是乎言(어시호언) : 이러한 말을 하게 된 것이다